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가 3분기에도 중국 빅테크 투자를 이어갔다. 다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헤징 전략도 동시에 취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 자산운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사이언 자산운용은 해당 분기에 중국 기업 비중을 늘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홀딩스(BABA) 주식 4만5000주를 매수해 지분 규모가 20만주로 증가했다. 동시에 해당 포지션 대부분을 풋옵션으로 커버해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알리바바 홀딩스는 현재 사이언 자산운용 펀드 16.36%를 차지해 보유 비중 1위 종목에 올라가 있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업체 징동닷컴(JD)은 25만주를 추가 매수해 총 50만주를 보유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15.41%로 알리바바에 이은 2위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BIDU)도 5만주를 더 사들여 보유 주식 수가 12만5000주로 늘었다. 두 회사의 풋옵션도 함께 매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징동닷컴, 바이두 주식의 9월 말 기준 가치는 5400만달러로 사이언자산운용이 보유한 총 주식 가치의 65%를 차지한다.
마이클 버리는 약 2년 전부터 중국 기업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사이언자산운용은 2022년 4분기에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주식을 처음으로 사들였다. 작년 2분기에는 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가 3분기에 다시 매수했고 이후 매 분기 보유량을 늘렸다. 올 1분기엔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과 알파벳 주식은 모두 매도하는 동시에 바이두 주식을 처음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마이클 버리는 월가에서 몇 안 되는 중국 강세론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월가 전략가들과 펀드 매니저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소비 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중국의 장기 전망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미국의 관세 인상과 까다로운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리바바, 징동닷컴, 바이두 주식은 중국 정부가 9월 말부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9월 마지막 주에 급등했다가 10월부터 다시 하락 전환했다.
사이언자산운용은 3분기에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페이먼츠, 건강 보험사 몰리나 헬스케어, 럭셔리 헤어 케어 브랜드 올라플렉스 주식도 추가 매수했다.
반대로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허드슨 퍼시픽 프로퍼티즈, 바이오 기업 바이오아틀라 주식은 전량 처분했다. 중고 명품 온라인 거래 플랫폼 운영사 리얼리얼(비중 6.08%→1.21%)과 보험회사 아메리칸 코스탈(5.06%→0.87%)도 일부 매도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낮췄다.
사이언자산운용은 올해 들어서 보유 주식 종목 수를 분기마다 줄여나가고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은 알리바바, 징동닷컴, 시프트4페이먼츠, 바이두, 몰리나 헬스케어, 올라플렉스, 리얼리얼, 아메리칸 코스탈의 8개뿐이다. 주식 포트폴리오 시장 가치는 1억3000만달러로 2분기(5억2500만달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