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각 언론사 랭킹 뉴스에 미국 대선 관련 이슈가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이 큰 탓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 글로벌 여론조사에서 미국 대선이 자국에 영향을 가장 미친다고 응답한 국가가 한국으로 나타나면서 유독 이번 선거를 향한 한국인의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경제와 안보 영역에서 변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는 한국인이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나라별로는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은 한국이 88%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모든 세부 지표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이 80~90%에 달했다.
한국에 이어 멕시코(87%), 코소보(86%), 이탈리아·포르투갈·스웨덴(각 81%), 독일(79%), 그리스(77%), 일본(76%)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사 참여국 중 미 대선 영향력을 가장 낮게 평가한 곳은 러시아('크다' 41%, '작거나 없다' 56%)였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3개국 평균 당선 가능성은 평균 34%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47%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한국은 조사 참여국 평균보다 낮은 31%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능성을 점쳤다.
한국에서 실시된 선호도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71%,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를 기록했다. 지역별, 연령대별, 지지 정당별 세부 지표에서 모두 해리스 부통령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로 선호도보다는 높았는데, 특히 18~29세와 30대가 각각 53%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더 우세하게 봤다. 나머지는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할 것으로 봤다. 한국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0%대에 그쳤다. 갤럽도 "트럼프 선호는 2016년 3%에서 2023년 24%까지 늘었다가 이번에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짚었다.
한국인이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모습은 '걱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선호도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 방위비 등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미국 내 생산된 배터리와 이를 사용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혜택 주는 법)와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미국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의 폐지 혹은 축소를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이 연관돼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의 한국 정부 부담금(방위비 분담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구글 트렌드로 미국 대선 등을 맞히는 일도 가능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후 '빅데이터판'도 확 바뀌었다. 이유는 그를 향한 큰 관심도에 '비호감'이 너무나 많이 포함돼있는데, 대중의 관심 양을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는 이를 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글 트렌드에서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앞섰으나,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 컬럼비아대가 함께 개발한 선거 예측 모델에 따르면 양당 후보의 마지막 예상 승률(4일 기준)은 50 대 50으로 집계됐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 또한 이번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동전 던지기에서는 경험적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5%로 해리스의 승률 50.015%보다 높다"면서 "예측 모델의 관점에서 이번 레이스는 동전 던지기보다도 박빙"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