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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걸 왜 지금에서야"…퇴직연금 묵혀둔 직장인 '희소식' [수지맞는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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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이삿짐을 쌀 때요. 지금 집에 있는 가구는 하나도 못 들고 가요. 다 팔아서 현금화한다음에 새집가서 새가구 다시 다 사세요. 이러면. 여러분은 이사 하시겠어요? 저는 너무 귀찮아서 웬만하면 그냥 살던 집 살거같아요.

지금까지 퇴직연금계좌를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이런식이었어요. 이전 계좌에서 투자하던 상품 싹 팔고, 새 계좌에서 상품 다시 싹 사야됐습니다. 이제는 바뀝니다.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지금 집에있는 가구 그대로 들고 이사갈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좋은걸 왜 지금에서야 도입하나요? 그러게요. 지금이라도 됐으니 다행입니다.

오늘은 새롭게 바뀌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라는 게 뭔지. 퇴직연금 계좌를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왜 이사를 하는건지. 어떻게 이사할 수 있는지. 이사할 때 주의할 점은 뭔지까지 속속들이 살펴보겠습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말 그대로 퇴직연금을 이전, 옮기는데 실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는거에요. 가구 들고 이사할 수 있게 해준다는거죠. 이전에는 연금 계좌를 예를들어 A은행에서 B증권사로 옮긴다면 기존 계좌에 있던 상품을 다 팔고, 현금을 들고 옮겨야했어요.

이렇게 하면 문제가 있죠. 일단 귀찮습니다. 해외 펀드같은 경우 팔고 사고하는 처리기간만 거의 일주일이 걸려요. 또 새로운 계좌에서 다시 매수해야하니까 그것도 귀찮고. 이전에 수익이 나고있던 걸 팔고 사니까 계좌에서 수익률이 0%로 리셋되어서, 내가 연금에서 돈을 얼마나 잘 굴리고 있는건지 계산도 한 눈에 하기 어려워요.

더군다나 만약에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고 주식에 투자하던걸 팔았어요. 그런데 옮기는 며칠 사이에 주식시장이 갑자기 막 올라버린겁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그 상승기를 기다리면서 투자해왔는데, 그걸 딱 놓칠 리스크도 있는거죠. 또 만약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정기예금을 들고 있었다면 만기가 될 때 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중도해지하고 계좌를 옮겨야하는데 또 중도에 해지하면 대부분 수수료를 떼죠. 이런저런 문턱이 지금까지는 이렇게나 많았습니다.
어떤게 달라지나?
31일 이후부터는 이제 가지고있던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더 쉽게 연금을 이사하겠죠? 그러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더 치열하게 벌일겁니다. 더 이상 우리를 잡아둔 물고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잘 안해주면, 수수료가 비싸면, 투자하기가 불편하면, 언제든 떠날수도 있겠네? 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좀 더 잘해주려고 하겠죠. 우리 입장에선 좋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겁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왜할까?
그렇다면 퇴직연금 이사는 어떨 때 하는걸까요? 사는집이 뭔가 불편하고, 다른집이 더 좋아보일 때 이사를 하죠. 일단 가장 쉽게 비교해볼 수 있는 부분은 수수료일 것 같아요. 업권별로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은행이 제일 비싸고 생명보험 증권 손해보험 순이에요.



그런데 우린 업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가입한 곳은 얼마고, 다른 회사는 얼만지가 중요하죠. 이 정보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에 가시면 거기에 퇴직연금 비교공시라는 메뉴가 있어요. 여기서 회사별로, 또 유형별로 총비용이 어느정도 드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DB형에 가입하신분들, 그리고 DC형에서 회사가 의무적으로 납입하는 금액에 대한 수수료는 회사가 내줘요. 그런데 DC형에 개인적으로 추가납입을 하거나 IRP에 가입한 수수료는 내가 부담해야하거든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수수료는 낮은 게 좋겠죠.

두번째는 나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굴리고 싶은데, 이 은행, 이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이 좀 적네? 이런경우.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꾸는 걸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연금 사업자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이 몇개 쯤 되는지가 중요할텐데. 이게 공시가 되는 사항이 아니라서 한 번에 찾기는 어려워요. 각 회사 홈페이지마다 '퇴직연금 상품제안서'라는 걸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 들어가서 뜯어봐야됩니다.



큰 틀에서 말씀드리면 보통 은행은 원리금 지급형 상품 라인업이 좋고, 증권사는 펀드나 ETF 라인업이 더 좋습니다. 제가 다른곳에 의뢰해서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 적립금 기준 상위 사업자들만 추려서 ETF 라인업 개수를 조사를 해봤는데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ETF만 놓고 봤을 때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수할 수 있는 ETF는 대략 100~140개 정도. 증권사는 600~700개 가량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상품 매매, 특히 연금 계좌에서 ETF를 사고팔 때 어느쪽이 더 편리한가 인데요. 이건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편합니다. 일단 은행은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 없잖아요. 반대로 증권사는 그 시스템이 본업이고요. 그러다보니 연금계좌에서 증권사를 통하면 장중에 실시간으로 ETF를 사고 팔 수 있는데 비해, 은행은 주문을 모아놨다가 하루에 한 번이나 두번정도 한꺼번에 처리합니다. 은행중에 제일 빠르게 ETF를 매매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춘 곳이 하나은행인데, 여기도 주문을 넣으면 15분뒤에 처리가 돼요. 좀 적극적으로 ETF를 사고 팔 분이라면 이런 점도 고려해봐야겠죠.
실물이전 절차는?
그러면 내가 진짜 퇴직연금 이사를 가고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은 내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실물을 옮길 수 있는지 여부. 이걸 먼저 따져봐야됩니다. 왜냐면 모든 상품이 실물이전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예금 채권 ETF 등 대부분 상품은 그대로 옮길 수 있지만, 리츠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은 지금처럼 상품을 팔아서 현금화한 다음 이전해야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내가 옮기려는 회사가 지금 내가 보유중인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돼요. 그게 아니라면 이것 역시 팔고 현금으로 이사해야됩니다. 하나하나 내가 따져보긴 어렵겠죠. 그래서 제도가 시행되는 31일부터는 각 금융사에서 '실물이전 가능여부 사전조회'라는 서비스를 엽니다. 지금 사용중인 은행이나 증권사 어플이나 홈페이지에 가셔서 이 서비스를 통해 조회를 해보고, 어떤건 그대로 옮길 수 있고 어떤건 현금화해서 옮겨야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또 유형에 따라서도 이사하는 방법이 다른데요. 일단 회사를 통해 가입한 DC형은 회사를 통해 사업자를 바꿔야합니다. 사업자를 바꿀 때도 회사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 골라야돼요.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니까 회사 담당자한테 문의해보시고요. 보통은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신청받는 회사가 많습니다. 내가 가입한 IRP라면 언제든, 어느 사업자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전 신청은 적립금을 옮겨 받을 금융사에서 계좌를 만든다음 진행하면 됩니다.
실물이전할 때 주의할 점
퇴직연금 이사를 할 때 주의할점도 몇가지 짚어볼게요. 일단 DC형에서 다른 회사 IRP로 실물이전은 안돼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 DC형에서 투자하던 걸 IRP 계좌로 옮겨야 되잖아요. 이럴 때 바로 타사로 옮기는 건 안됩니다. DC는 DC형끼리, IRP는 IRP로끼리만 옮길 수 있어요. 대신 우회로가 있긴 합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DC형에서 투자하던 펀드를 IRP 계좌로 옮길 순 있거든요. 그 다음에 타사에 IRP 계좌를 터서 거기에 옮기는거죠. 이건 가능합니다.

또 아까 모든 상품을 다 이사할 수 있는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전하려는 회사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을 취급하고있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런 상품들 직접 팔아야하는데, 만약 이걸 팔지않고 있으면 이전 신청을 한 게 취소될수도 있어요. 그리고 ETF같은 경우는 현금화하는데 이틀이 걸리니까 빠른편인데 주식형 펀드같은 경우는 파는데 이틀 현금화하는데 또 며칠 해서 거의 일주일이 넘게 걸리거든요. 이 경우에는 제일 늦게 걸리는 상품을 기준으로 일처리가 되기때문에 이전 절차가 길어질 수 있어요. 보통은 문제없으면 3일째에 이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데, 해외 펀드가 끼어있으면 일주일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짚자면. 연금저축 펀드는 퇴직연금이 아니라서 이번에 시작되는 실물이전 제도에 포함이 안됩니다. 여전히 계좌 바꾸려면 다 현금화 하고 이사해야합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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