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26년까지 원통형 배터리 4680의 새로운 4개 버전 개발에 착수한다. 향후 로보택시와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 등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이 계획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테슬라가 새로운 네 가지 종류의 4680 배터리 설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4680은 이 회사가 자체 생산 중인 지름 46㎜·높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현재 사이버트럭에 탑재 중이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최대 16%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도 연내 시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4680 배터리를 처음 공개하면서 ‘건식 전극(Dry Electrode)’ 공정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배터리 업계가 쓰는 ‘습식 전극(Wet Electrode)’ 공정은 양극과 음극에 액체 용매를 투입해 200도 이상 고온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반면 건식 공정은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전력 소비량과 생산 비용도 최대 30% 낮출 수 있다.
배터리 건식 공정은 그러나 기술적으로 양산이 어렵다. 테슬라 역시 이 벽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트럭에 탑재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 습식 공정으로 생산 중이지만 이마저도 수율(양품 생산 비율)이 높지 않다. 지난 7월 삼성증권은 수율이 4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외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내 4680 배터리의 성능과 비용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없다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21일자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참조). ‘밧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작가도 지난 4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테슬라의 4680 배터리 개발은 자살 행위로 빨리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싣기로 결론을 내렸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는 우선 4680 배터리 음극에 건식 공정을 도입한 ‘4680D’ 버전의 수율을 대폭 끌어올려 내년 중순에 사이버트럭과 세미트럭에 탑재할 계획이다. 국내 장비업체인 피엔티가 지난 2분기 테슬라에 건식용 코팅 장비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기존 4680 배터리의 생산 비용도 외부 배터리 업체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4680 배터리 누적 1억개 생산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 주당 사이버트럭 2578대 분의 물량을 생산한다.
테슬라는 또 2026년까지 건식 공정을 활용한 4680 배터리의 4가지 후속 버전을 개발한다. 배터리 셀의 코드명은 각각 △NC05 △NC20 △NC30 △NC50이다. NC05는 로보택시, 사이버트럭, 세미트럭에 장착된다. NC20은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제품으로 SUV(모델X·모델Y), 사이버트럭 및 미래 차량에 탑재할 계획이다.
NC30과 NC50은 음극재에 기존 흑연 대신 실리콘을 적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이론적으로 충전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밀도를 10배 이상 향상할 수 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NC30은 향후 사이버트럭과 세단(모델S·모델3)에 탑재된다. NC50은 NC30보다 셀 크기가 작고 성능에 중점들 둔다. 로드스터에 장착될 계획이다.
▶‘테슬람 X랩’은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뉴스를 전합니다. 기성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테슬라 팬’들의 이슈도 관심사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