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마파크산업이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업계 1위 에버랜드가 ‘데이터 경영’을 내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입장 전 예약, 어트랙션 이용, 먹거리·굿즈 구매 등 소비자의 전체 이용 과정을 모두 데이터화해 마케팅 전략을 전면 새로 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방문율 향상과 객단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에버랜드가 멤버십을 출시한 목적은 분명하다. 고객 데이터 수집이다. 기존에는 연간 약 750만 명(중복 방문 포함)이 방문해도 정기권 회원(약 10만 명)이 아니면 방문객의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었다. 테마파크에서 어떤 어트랙션을 타고, 어디서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홈페이지를 통한 ‘매스 마케팅’밖에 할 수 없었다.
멤버십 도입 이후 1 대 1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우선 앱에 가입할 때 방문객의 기본 인적 정보, 자녀 유무, 취향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에버랜드에 입장한 뒤 스마트 줄서기와 적립 기능을 이용할 때마다 어트랙션·서비스 이용 내역 등을 기록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 패턴을 분석해 방문객 성향에 맞는 이용 코스, 공연, 이벤트 등을 추천한다. 예컨대 사파리를 이용한 방문객에게 새로운 투어 프로그램 알람을 보내거나 식음료 이용 내역이 있는 방문객에게 레스토랑 할인 쿠폰을 보내는 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데이터 경영에 나선 테마파크는 드물다. 에버랜드가 데이터 경영에 나선 것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저출생 흐름 탓에 타깃 고객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토이스토리, 해리포터 등 세계적인 지식재산(IP)을 보유한 디즈니월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과 달리 에버랜드는 IP도 부족하다.
멤버십을 개발한 최동천 에버랜드 B2C그룹장은 “그동안 특정 어트랙션이나 시즌에 방문객이 쏠리곤 했는데 개인화 마케팅을 펼친 이후 비수기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주 에버랜드 프로도 “멤버십 도입 후 1000석에 달하는 공연장이 2분 만에 매진되는 등 성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오픈마켓에서 테마파크 입장권을 사던 소비자들이 신뢰도가 높은 자사 몰로 옮겨오고 있는 것도 호재”라고 했다.
에버랜드는 중장기적으로 다른 업체와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그룹장은 “레저, 패션 등 다양한 외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레저업계 슈퍼앱을 만들어 고객층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