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방위 군사조약’을 맺은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 전문이 공개되면서다.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에 군사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동북아시아 내 안보 위협이 증폭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미 군사훈련 시 북·러가 동해 등에서 대응 훈련을 실시할 여지도 생겼다고 우려했다.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북한이 옛 소련과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동맹조약)’에 담겨 있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됐다. 이후 2000년 북·러 간에 체결된 ‘우호·선린·협조 조약’은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접촉한다’는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내용이 담겼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약이) 1961년 자동군사개입 조항과 다른 건 유엔헌장과 국내법을 언급한 완충장치뿐”이라며 “북·러 간 ‘상호방위조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러가 언급한 ‘유엔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때 자위권을 가진다는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개입 길이 열린 것”이라며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의 개입 차단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해 동해나 북한 영토에서 북·러 연합군이 훈련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가 모두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장 이달 말 한·미·일은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러시아와 소통 채널을 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전문가는 “이름만 ‘포괄적 전략 동반자’였지 실상 북·러 간 ‘동맹조약’인 점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며 “소통 채널을 열어 러시아에 북한과의 거래 내역을 밝히고 핵·미사일 기술 등을 넘기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오는 7월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이 ‘한 나라에 대한 위협이 모두에 위협이 된다’는 3국 간 공동 안보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정상원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