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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90만원 유치원비 걱정하던 직장인…3조 '잭팟'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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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IT's fun] 63

"이 가격엔 안팔아"…샤오미에서 벗어난 '로보락'
고급화로 해외 조기 진출…매출 비중 50% 육박


"매달 유치원비만 90만원씩 드니 너무 힘들다."

13년 전인 2011년, 29세의 한 직장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적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그로부터 10년 만에 순자산 18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글로벌 부호로 떠올랐다.

당시 그가 직장생활을 했던 곳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텐센트 등 업계 최고 회사였으나 '경제적 자유'는 누릴 수 없었다. 그랬던 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2014년 청소기기 제조업체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최근 가전 시장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이는 세계 1위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 창업자 창징의 얘기다.
"이 가격엔 안팔아"…샤오미에서 벗어난 '로보락'

로보락의 시작은 '대륙의 실수'라 불렸던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다. 스마트폰, 노트북, 마우스, 선풍기 등 방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샤오미의 청소기는 하청업체인 로보락이 만들고 있었다. 2014년 7월 설립된 로보락은 두 달 만에 샤오미의 투자를 받고 '샤오미생태기업'으로 합류했다. 샤오미는 중소 제조사에 투자금을 주고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대신 브랜드와 유통망을 제공하는 '미지아(米家)'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MS, 중국 바이두에서 일했던 창징은 회사 동료 다수가 청소 로봇을 사용하지만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점에 착안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라이다(LiDAR) 기술에 주목했다. 라이다를 설치하면 물체 인식과 장애물 회피 등이 가능해 정확한 범위를 청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자본금 20만위안(약 3800만원)으로 로보락을 설립한 뒤 미국 LDS 부품 공급업체와 협력해 창업 약 2년 만인 2016년 9월 첫 제품 '미지아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엔 위치를 추정하고 지도를 만드는 기술인 SLAM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12가지 센서가 탑재돼 모든 장소를 청소하고 경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작했다. AI와 라이다가 적용된 청소로봇 가격은 불과 1699위안(약 32만원)으로 경쟁 제품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1억8300만위안(약 346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후 로보락의 연간 매출은 2017년 11억1900만위안(약 2145억원), 2018년 30억5100만위안(약 5850억원), 2019년 42억5000만위안(약 814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2020년에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판(科创板·상하이증권거래소 기술주 거래시장)에 상장했다.

거래 첫날 시가총액은 단숨에 330억위안(약 6조2500억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투자금이 몰렸다. 샤오미의 저가 정책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장칭은 수년에 걸쳐 점차 샤오미 생태계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채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고급화로 해외 시장 조기 진출…매출 비중 50% 육박
로보락은 그간 중국 가전업체들이 취했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반대되는 전략을 선택했다. 수년 간 코로나19 등으로 소비가 위축된 자국 시장보다 해외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2017년 대만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미국 등 전 세계 170여개국에 로봇청소기를 판매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아마존에 이어 월마트, 지난해엔 대형 할인마트 타겟(TARGET)에 최초로 입점하는 등 미국 온·오프라인 채널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로보락은 2020년 국내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판로를 개척했다. 로보락은 국내에서만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2022년)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제품 평균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가에 속하지만 성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로보락은 지난해 독일, 한국, 터키 로봇청소기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 입소문을 타며 해외 매출 비중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거둔 전체 매출 86억5400만위안(약 1조6500억원) 가운데 해외 비중은 절반(48.9%)에 이른다.

연구·개발(R&D) 비용은 2022년 4억8900만위안(약 933억원)에서 지난해 6억위안(약 1145억원) 수준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봇청소기 월 최대 생산능력은 30만대, R&D 인력은 622명(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성능을 인정 받아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로보락은 당분간 제품 다각화보다 청소기기 중심의 상품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개최한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신제품 출시외 국내외 시장 확대, 시장 경쟁력 제고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제품 카테고리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계획 중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70조 블루오션' 로봇청소기 시장…삼성·LG도 참전
로봇청소기 시장은 보급률이 높지 않아 '블루오션'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1~2028년 연평균 27.2%씩 늘어나 2021년 119억7000만달러(약 16조5300억원)에서 2028년 506억5000만달러(약 7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선점한 로보락은 사후서비스(AS)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유통 거점을 보유한 국내 기업과 달리 해외 제조사의 경우 AS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로보락은 기존 18곳에 불과했던 AS센터를 352곳으로 대폭 늘릴 방침. AS 처리 기간은 최대 3일, 추후 방문 수거하는 AS 등도 신설할 예정이다.

로보락 인기에 국내 대표 가전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청소기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은 강력한 보안성능이 장점이다. 이 제품은 가전 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업체 UL솔루션즈에서 안정성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LG전자도 조만간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모델명 B-95AW 로봇청소기 전파인증 적합성 평가를 완료했다. 신일전자 등 중견업체도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AI 신제품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보안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나갈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여러 기술을 도입하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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