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한 김밥집은 이달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200~400원씩 인상했다. 김을 비롯한 재룟값 상승에 약 1년7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올렸다. 그동안 버텼지만 이달부터 거래처에서 김 가격을 인상한 게 결정적이었다. 가게 단골인 박모 씨는 "(가격 인상을 알리면서) 사장님이 죄송하다고 하더라. 물가가 워낙 올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거리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수산물인 김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출 물량이 늘어 ‘검은 반도체’로도 불리는 김은 국내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원초(물김)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조미김 시장 점유율 5위권 내 중견 김 제조사 가운데 광천김·성경식품·대천김 3곳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은 지난 1일 슈퍼마켓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 김 제품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는 다음달 중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광천김은 이달 1일부터 주요 김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했고 대천김 역시 지난달 주요 제품 중심으로 20%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 기업은 마른김의 원재료인 원초 가격 인상을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물김 산지 위판가격은 kg당 2558원으로 1년 전(951원)보다 169% 뛰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는데 수출 물량 증가 등이 겹쳐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김은 1조원어치 넘게 수출돼 수산식품 중 역대 최대 수출 성과를 냈다. 종합식품기업 동원F&B와 CJ제일제당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중 김 가격은 확연한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마른김(중품) 1속(100장) 도매가는 1만44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618원)보다 57.8% 뛴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6305원)보다 65.6% 높은 가격에 한 달 전(9572원)과 비교해도 9.1% 올랐다. 소매가 역시 마른김 중품 10장 기준 1220원으로 1년 전(1009원)보다 20.9% 올랐다. 평년(958원)보다도 27.4% 높은 가격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김밥 가게 등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밥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마른김이나 김자반 등을 반찬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누리꾼은 최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모인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240봉 한 상자에 2만2000원 정도던 조미김이 이제 3만원까지 올랐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하염없이 오르는 김 가격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