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나 한정판을 만들어 제품에 희소성을 더한 뒤 제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건 나이키가 즐겨 쓰는 방식이다. 나이키는 앞서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등 자사가 후원하는 여러 유명 골퍼와도 한정판 신발을 출시했다.
다만 이번 TW의 한정판 골프화는 ‘다른 의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작 이 신발 이름의 주인공이자 나이키 골프의 얼굴과도 같은 우즈가 나이키 신발 신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번에 출시된 한정판은 물론 지난 2년간 공식 대회에서 나이키 신발을 신고 뛴 적이 거의 없다.
우즈의 ‘변심’은 2021년 2월 발생한 교통사고가 발단이 됐다. 당시 복합 골절상을 당한 우즈는 수차례의 수술 뒤 이듬해 복귀전으로 삼은 2022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나이키 신발 대신 아쿠쉬네트의 풋조이(FJ)를 신고 나왔다. 나이키와 계약을 맺은 우즈는 풋조이를 신은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곧 ‘나이키와 계약을 어겨야 했을 정도로 풋조이 신발이 편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같았다. 우즈의 이런 행동은 주식시장을 움직일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당시 시가총액이 257조7000억원에 달했던 나이키 주가는 장 시작과 함께 약 1% 빠진 채 멈춰섰다. 반면 우즈가 선택한 아쿠쉬네트홀딩스 주가는 2.54% 오른 42.02달러에 마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이키가 서둘러 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나이키는 ‘마스터스의 굴욕’이 벌어진 뒤 2년이 지난 지금도 우즈의 발에 맞는 신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자신의 재단이 연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7개월 만에 출전했는데, 이때도 풋조이 신발을 신고 뛰었다. 우즈는 이 대회 시작 전 연습라운드에서 나이키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프로토타입’ 신발을 신고 나왔으나 이후 프로암과 공식 대회에선 풋조이 신발을 신고 경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