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에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격의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양산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7nm 공정 프로세서를 내장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인 ‘메이트 60 프로’를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이미 10nm 이하 공정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 마저 보이는 중이다.
첨단 반도체일수록 미세 공정 과정을 거친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성능은 좋아지고 전력 소모량은 줄어든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2nm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7nm 공정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여전히 고도로 발전된 기술로 간주한다.
7nm 공정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 패턴을 새길 수 있는 장비다. 하지만 미국이 네덜란드에 대중 수출 금지 조처를 하면서 중국으로선 미세 공정 반도체를 그간 생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로 중국이 이같은 제재를 극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의 부회장인 댄 허치슨은 7nm 칩이 “중국 반도체 산업이 EUV 노광장비 없이도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MIC가 ASML의 장비 없이 7n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장비를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의 싱크탱크인 탁샤실라 연구소의 부소장 프라나이 코타스테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형 제조 공정에 사용되던 장비가 이 첨단 칩을 위해 “용도 변경”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율이다. 전체 완성품 가운데 양질의 제품 비율인 수율은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다. 아무리 첨단 제품을 생산한다 해도 한 웨이퍼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양품의 비율이 낮으면 시중에 내놓을 수가 없다. 코타스테인 부소장은 해당 반도체를 만든 공정이 SMIC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낮은 효율성”으로 수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SMIC가 수익성 있는 규모로 화웨이가 요구하는 만큼의 칩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반도체법 혜택이 중국에 가지 않도록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한 가드레일의 최종 규정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곧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며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무부는 지난 3월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거나 중국 우려 기업과 공동 연구, 특허사용 계약을 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가드레일 규정안을 공개했지만, 우려 기업의 정의 등 중요한 세부 사항 일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울러 “미래에는 반드시 미국 플랫폼과 동일한 기반으로 실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상호 연결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정페이는 그러면서 “화웨이는 기초 이론 과학연구를 중요시하며 매년 30억∼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