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한 지인이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 타던 차를 슈퍼카로 바꾸고도 남는 금액이라 했다. 그를 아는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 부러움에는 "나도 그때 투자할 걸"이라는 후회와 "그래, 너는 돈 벌어서 참 좋겠다"는 시기가 섞여있었다. 코인, 즉 가상자산은 그렇게 실물이 되어서야 피부에 와 닿았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인이 지금 대한민국 정계를 뒤흔드는 '핵폭탄'이 됐다.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이 여야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코인 거래 경험이 있다고 신고한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조사단을 꾸렸다. 민주당 내 세 명(김상희 김홍걸 전용기)의 의원이 가상자산 보유 신고를 했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코인 보유 문제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이 정계의 핵폭탄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인이 자의로 합법적인 투자를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들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일 때는 얘기가 다르다.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되는 초창기에, 해당 법안을 발의하거나 공동발의한 의원이 그 자산에 투자한 것은 스스로 이해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해당 국회의원의 투자에서 충돌할 만한 크기의 사적 이해가 존재했는지, 가상자산 시장 질서 형성에 영향을 끼칠 만한 직무상의 행위를 했는지가 '이해충돌'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또 시장 초창기에 투자한 경우라면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코인에 투자한 국회의원들이 최근 너도나도 "얼마를 손해봤다"며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해충돌 여부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손해'를 봤냐 '이득'을 봤냐가 아니다. 입법이라는 큰 권한을 손에 쥔 국회의원이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안을 입안하면서 해당 자산에 투자를 했는지가 핵심 사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윤리자문위는 코인 거래내역을 신고한 11명의 의원 중 5명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숫자는 '거래 횟수와 총거래액만을 기준 삼아 판단한 결과'라고 한다.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했는지만 봤다는 얘긴데, 이는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이름을 올린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있는지, 법안 발의 시점과 코인 투자 시점 간의 차이는 얼마만큼인지, 해당 법안 통과시 투자한 코인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코인으로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입법권이라는 특권을 남용했는지,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데도 투자를 단행한 '강단있는' 의원이 누구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그 진실이야말로 우리 피부에 와닿는 '코인 게이트'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