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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콘서트 매진에 '멘붕'…티켓 쉽게 구하는 방법 따로 있다 [김주완의 블록체인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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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없이 싸이 공연 티켓 쉽게 구할 수 있는 비결

#. 올해 여름에는 국내 최고의 '콘서트 장인'이라는 가수 싸이의 콘서트에 가려고 했다. '싸이흠뻑쇼 SUMMERSWAG2023'. 주말인 7월 1~2일에 좌석은 가장 앞 스탠딩 자리를 노렸다. 벌써 매진이었다. 다른 좌석도 고민해봤다. 가격 차이는 1만원 정도지만 공연 관람 체감도가 클 것 같았다. 이왕에 마음먹고 가는 콘서트다. 최고의 자리에서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싸이 콘서트를 노리기로 했다. 그런데 금세 매진되는 싸이 콘서트 티켓을 다음에는 살 수 있을까. 싸이의 NFT(대체불가능토큰)인 'PSYger(싸이거)'를 구매할 지 고민이 됐다. 싸이거가 있으면 싸이 콘서트 티켓을 미리 예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 공연 애호가는 필수?
NFT에 관심이 가장 많은 산업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다. 다양한 방식으로 NFT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인기를 바탕으로 NFT 판매가 수월하다. 국내에서는 싸이의 NFT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싸이 소속사인 피네이션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두나무의 자회사인 람다256의 도움을 받아 NFT 'PSYger(싸이거)'를 '업비트 NFT'에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PFP 방식의 NFT다. PFP는 프로필 사진(profile picture) 약자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프로필 이미지로 쓸 수 있는 이미지다. PFP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보유한 NFT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 NFT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 있는 NFT 종류다. 피네이션은 싸이거를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닌 총 5200개의 PFP NFT로 발행했다.

싸이거의 상품 가치는 명확하다. 싸이는 여름과 연말에 콘서트를 매년 열고 있다. '싸이 흠뻑쇼'와 '싸이 올나잇스탠드'. 싸이거를 보유한 사람은 해당 콘서트를 남보다 먼저 예매할 수 있다. 피네이션은 이번에도 싸이거 보유자에 '싸이 흠뻑쇼'의 티켓 두 장을 좌석 수준에 관계 없이 아무 곳이나 먼저 예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했다.

다만 신청 기간을 정했다.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6일 동안 선 예매 신청을 받았다. 신청 기간이 길어지면 선 예매로 나가는 명당 자리 비중이 높아져 일반 티켓 구매자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거가 5200개 발행된 점을 감안하면 1만400개 자리가 먼저 예약된다.
NFT 가격 변동이 심한 이유
싸이거도 다른 NFT처럼 매매가 가능하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NFT 매매 플랫폼인 '업비트 NFT'에서 거래된다. 싸이거의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메인넷)은 람다256가 운영하는 '루니버스'다. 싸이거가 주는 혜택(콘서트 선 예매) 때문에 씨이거의 가격은 싸이의 콘서트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피네이션은 싸이거를 0.082이더리움(ETH)에 판매했다. 싸이거의 매매 가격(ETH 기준 최고가)은 작년 '싸이 올나잇스탠드' 선 예매가 끝난 이후인 12월 18일 0.001ETH까지 떨어졌다. 올 여름 '싸이 흠뻑쇼' 선 예매를 앞두고 0.15ETH(5월24일)까지 급등했다. 6개월 사이에 15배 올랐다. 최근 '싸이 흠뻑쇼' 선 예매 종료 이후에는 다시 가격이 떨어져 최근에는 0.063ETH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싸이거의 그동안 거래 금액은 182.519ETH로 3억7000만원 정도다.


싸이거의 혜택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공연 선 예매 외에는 다른 혜택이 없다. 싸이거의 가격이 공연 일정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이유다. 다른 혜택이나 기능이 있다면 가격 변동성이 지금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피네이션이 놀이동산의 패스트트랙 티켓처럼 '새치기 우선권'을 판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피네이션은 싸이거 판매로 8억2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암표 가격을 감안하면 싸이거 혜택이 적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싸이 흠뻑쇼'의 최고 등급 좌석 SR 티켓 가격은 중고 장터에서 30만원 이상이다. 피네이션의 처음 판매 가격보다 두 배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 피네이션은 지난해 싸이거를 발행하면서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로서 다양한 혜택과 경험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암표 근절할 수 있는 NFT
국내에서 공연에 NFT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워터 댄스 뮤직 페스티벌 워터밤은 NFT '워터밤 리그 NFT' 3000개를 판매하고 구매자에게 페스티벌 티켓을 각 1매씩 제공했다. 해당 NFT 보유자는 워터밤 서울 스카이 라운즈 입장권, 서울 워터밤 리그 애프터 파티 참여, 2023년 워터밤 월드 투어시 도시별 5인 추첨 무료 여행패키지 등도 받았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지난해 일반 NFT 티켓 3일권과 밋앤그릿 NFT 티켓 3일권을 각각 150매와 100매 판매했다. 일반 NFT 티켓 구매자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아트워크와 현장 굿즈 증정 오프라인 혜택을 받았다. 밋앤그릿 NFT 티켓 구매자에게는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3일간 각각 다른 아티스트와의 팬 미팅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


해외에서도 공연 관련 NFT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는 지난해 평생 입장권을 최초로 팔았다. 무대 정면 관람, 전문 요리사 식사 제공 등 각각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NFT를 판매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NFT는 거래될 때마다 NFT 발행자도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창작자의 수입이 지속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공연에 NFT를 적용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암표 방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입 내역, 구입자 인증 등 티켓 판매와 구입 과정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티켓 되팔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모든 공연 티켓에 NFT를 적용한 사례가 없다. NFT로 모든 공연 관람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티켓 수집이나 외부 공개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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