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최근 한국·미국·일본에 새로운 4국의 안보 협력체제 구축을 제안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로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같이해 온 캐나다가 먼저 국제사회에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기존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간 안보 협의체)와 별도로 캐나다가 제안한 '신(新) 쿼드'가 출범하면, 중국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까지 견제하는 이중의 안보망이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미국은 주요 7개국(G7) 회원국으로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가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신 쿼드' 관련해 "5월 G7 회의나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신 쿼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한·미·일 3국이 군사안보와 경제안보에 대한 협력의지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캐나다가 국제 사회에 '안보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캐나다가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 그에 대한 힌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고서에서 캐나다는 '한반도와 주변에 대한 오랫동안 변함 없는 캐나다의 안보 공약'을 강조하면서 한국, 일본을 중요한 안보와 경제협력 대상으로 꼽았다. 또 캐나다는 일본과 '정보보호협정(GSOIA)'를 협상하고 향후 한국과도 협상하며 안보 협력의 기회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 쿼드와 같이 '신 쿼드'도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보고서에서 캐나다는 "우리와 심각하게 의견이 다른 부분에서 강압적인 행위를 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우리와 우리의 파트너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 경우 중국에 도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새로 만들어지는 쿼드는 중국 외에 북한을 의식한 성격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존 쿼드는 인도가 포함돼 있어 중국 견제 목적의 안보협의체란 성격이 뚜렷했는데 신 쿼드는 다를 것"이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가 캐나다·미국에 닿게 된 게 신 쿼드 창설 계획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쿼드 플러스 알파(+α)'로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인 2020년 쿼드에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뉴질랜드까지 포함하는 이른바 '쿼드 플러스(+)'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쿼드 초창기였던 당시와 달리 이미 공고해진 협의체에 가입하기 보다 새로운 안보 협의체에 가입하는 게 한국의 국제사회 발언권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센터장은 "북한을 의식한 안보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쿼드 플러스 보다 한·미·일 등 북태평양 국가들이 포함된 새로운 안보 협의체 내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다양한 안보협의체가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중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아시아 핵계획그룹’(ANPG)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는 2021년 '핵 확산 방지와 미국 동맹국 안정'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은 ANPG를 창설해 호주, 일본, 한국을 미국의 핵 계획 절차에 참여시키고 동맹국이 미국 핵전력과 관련된 특정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