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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세가 2억…봄바람 불던 시장에 찬물 끼얹는 美 금리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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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이 2011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주택 시장이 재차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올 초 정부가 대출·청약 규제를 대거 풀면서 주택 거래량이 살아나는 조짐을 나타냈지만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으로 금리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의 대출 의존도가 커진 상황이라 추가적인 대출금리 급등에 따른 전세 시장 위축이 집값 하락세를 또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 첫째주(지난 6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전주에 비해 0.58% 떨어졌다. 낙폭이 전주(-0.70%)보다 줄어들면서 7주째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다.

올 초까지 매주 1% 넘게 급락하던 서울 전셋값은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빼고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풀면서 조금씩 낙폭을 줄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전매제한 등이 완화되면서 주택 매매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전세 수요도 회복된 덕분이다.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1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 기조를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것도 실수요자들의 얼어붙은 투심을 푸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으로 주택 거래 증가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이달 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하락세를 띠기 시작한 대출금리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지난 10일, 1년 만기 AAA 신용등급 기준)는 연3.903%로 한달 전에 비해 0.294%포인트 높아졌다.

인근 지역에 입주 물량까지 맞물린 경우 금리 불확실성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개포주공5단지(전용면적 61㎡)는 이달 초 2억5000만원(12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2011년 7월에 2억5000만원(2층)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개포주공6단지(전용면적 53㎡)도 지난달 말 2억6000만원(14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단지는 2014년 12월에 2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된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가격이 올라 4억~5억원의 전세 가격을 형성했다. 전세가격 급락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48.4%로 50% 밑으로 낮아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전세 시장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거세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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