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지난 15일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쏘카의 작년 매출액은 3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주가도 상승세입니다. 이달 들어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5% 넘게 올랐습니다.
실적과 주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습인데 소액주주들의 표정은 좋지 못합니다.특히 쏘카 공모주 투자자는 한숨을 내쉽니다. 여전히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쏘카 주가가 올랐다지만 내 계좌는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본전을 찾을 때까지 팔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 30% 넘는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쏘카는 공모 과정에서부터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습니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고, 미국발 긴축정책으로 증시 침체 분위기가 역력했기 때문입니다. 기관들 역시 쏘카에 박한 평가를 내리며 수요예측 경쟁률이 56대 1에 그쳤습니다.
쏘카는 흥행 실패에도 상장을 강행합니다. 공모가를 희망가 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대폭 낮춘 2만8000원으로 확정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상장 당일 6% 떨어지며 고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카쉐어링 플랫폼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렌터카 업체와 큰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었죠. 쏘카는 지난해 10월 1만5100원까지 떨어지며 공모가의 반토막이 나는 굴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쏘카는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증권업계의 낙관적 전망이 주가 반등에 불을 지폈습니다. 쏘카를 렌터카 업체가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쏘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격 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실적도 긍정적으로 내다봅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불황에 강한 쏘카의 펀더멘털을 확인했다"며 "올해 연간 순이익 달성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차 구입 수요의 유입,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확대 등이 쏘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올렸습니다. 공모가가 목표주가가 된 셈이죠.
박재욱 쏘카 대표는 올해 초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상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장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꾸준히 좋은 실적을 숫자로 시장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익에 초점을 두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각오인데요. 과연 올해 쏘카가 박 대표의 계획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 회사의 소액주주 4만6119명(작년 9월 말 기준)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